인연이란?

어머나 세상에..
다리를 다쳐서 기브스 하고 있다는데…
샘은 턱하니 방 한칸을 내어 주신다.

이럴 우짜꼬?
꽃이바구를 풀어 놓아라는 말인데..꽃 이바구야 앉은 자리에서 석달 열흘이라도 할 수가 있지만 증거 없는 꽃 이바구는 마카 뻥 같은디….
누가 믿어 줄랑가 말이다.
멩색이 그래도 사진 동호회인데..
사진 한 장은 떡 하니 올려 놓고 이바구를 하든지, 야그를 해야 할 것인디….

그래서…
왼 발에 기브스 한 것을 참말로 하느님이 도운 것이라 생각하고…

오른손 왼손 멀쩡하고..오른발 멀쩡하니…
운전은 옹색스럽지만 할 수 있는기라…ㅋㅋㅋ
살살 운전을 해서 꽃을 찾아 나섰다.
가심이 두근두근 거린다.
님을 찾아나서는 바람난 여펜네 같다.
꽃을 못 본지 열흘이 넘었싱께…
나는 충분히 그럴만 헌데 내 속을 모르는 사램이 들으면 바람이 나도 단단이 났다 할끼다.
올해 연꽃을 정말 잘 찍어보리라 초반에 결심이 너무 과했던가?
불상사가 요리 나뿌리가꼬…
할말이 읍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방 내준 샘한테 ..
보답은 해야 쓰것기에…
그 짝에는 하마 연꽃이 만발해 있는데…
접근이 옹색시럽다.
무릎을 굽힐 수도 읍고…
언덕으로 쪼만치 내려갈 수도 읍으니…
걍…막샷 한 장 날린다.

말이사 바른 말이지…
한 장만 날렸겠냐마는 사진이라는 기….
이리 저리 막 찍는다 캐싸도 …
결국엔 찍는 사램의 내면이 드러나는 기라..
불편시럽게 몇 장을 찍어 와서 보니 내 어지러운 심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렇고 보면…
참 사진은 정직한 놀이인기라..

오늘 첫 연을 찍었다.
연꽃인지..
인연인지
하여간 연을 찍긴 찍었다.
방을 이리 내주시…
진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우연은 없다. 세상에 저절로 된것은 하나도 없다. 
123 & Free = Jau-123 필연

 

소명(召命)이라는 말은 하고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의 명령이라 하여야 할까?
아(我) 의지대로 하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  우리는 각본에 짜여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만남도 이별도 사랑도 당신 뜻대로 하소서!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고 정연이라고^^

꽃 이야기

 

꽃들이 다 지고 없는 세상은 참으로 쓸쓸한 세상일 것 같다.
하지만 난 쓸쓸한 세상을 살아 본 기억이 없다.
아직 한 번도  꽃들이 다 지고 없는  세상을 만난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겨울에도 어딘가 찾아보면 꽃은 피고 또 지고 있었으니까..

그런 녀석들은 사실 가을에 피는 꽃인데 어쩌다
생태 환경이 좋아서 살아남았다가 내게 발견되는 꽃이었다면
이 계절에 개화를 시작하는 녀석들이 있으니..그게 이 둥근바위솔이다.

바위솔 종류에는 ‘바위솔”좀바위솔’정선바위솔’둥근바위솔’ 난쟁이 바위솔’등 다양한 식구들이 있다.
돌나물과이며 여러해살이풀이다.
그리고 잎이 두꺼운 다육질 식물이다.
다른 꽃들이 지는 10~12월에 꽃이 핀다.

꽃이 다 지고 열매를 맺고 나면 지상부는 마른다.
다른 이름으로는 와송,기와버섯,기와지기.탑상화라고도 한다.
항암효과가 탁월하다고 해서 바위솔만 보이면  싹쓸이 해가는 바람에 점점 갈수록 그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요즘 남아 있는 이 바위솔 식구들을 만나려면 높다란 기와지붕 꼭대기나 암벽 끄트머리…
아니면 바닷가 절벽을 찾아가야 한다.

극성스러운 꽃쟁이들은 암벽위에 피어 있는 이 녀석들을  로프에 몸을 묶어 안전 장치를 한 뒤에 꽃을 찍어오기도 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부산 이기대 부근에 가면 이 둥근바위솔 군락이 있었다.
흔하디 흔한 식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겨우 몇 몇 송이가 눈에 띌 뿐이다.

어제…영양에 1박 2일 봉사가기로 한 날..
우리집에는 시누님이 오셨다. 어른을 모신다는 것은 접빈객을 기본으로 해야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영양가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 가족과 동해바다로 놀러갔다.

동해바다로 행선지를 잡고부터는 내 마음은  혹시나…
이 둥근바위솔을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에 차 있었다.
해국은 이미 지고 있어서 활짝 핀 녀석을 만나긴 어려울 것이고…

그래도 어쩌면 한 두송이쯤은 나를 기다려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있었다.
그 기대뒤에 둥근바위솔을 만나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컸다.
둥근바위솔을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행운에 속할 것이다.

꽃과의 인연은 안달복달한다고 만나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만날 인연은 언젠가는 만나게 되어 있다’는 평소의 내 인생관이 꽃에도 적용된다.

그래서..
슬그머니  가방속에  망원 렌즈를 챙겼다.
바닷가 암벽,
어느 높은 곳에서 이 둥근바위솔이 피어 있다면
영양을 포기하게 한 것은 결코 우리 시누님이 아니라,
그것은 둥근바위솔과 나와의 인연때문이리라…

역시…
둥근바위솔이었다.
가파른 절벽 한 귀퉁이 그것도 가시덤불로 둘러 싸여서 둥근바위솔이 피어 있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흡사 연인을 만난 듯 두근거린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짜증 아닌 짜증이 싹 달아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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